[단독] 학폭 가해자는 교실, 피해자는 준비물실…교장, 반 안 바꿔주고 ‘형평성’ 탓 URL: https://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1286214.html ------------------------------------------------------------------------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 게티이미지뱅크 서울 시내 한 중학교에서 학교폭력을 겪은 피해자가 학교에 ‘학급 교체’를 지속해서 요청했지만, 거절당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태 파악에 나선 서울특별시교육청 학생인권 옹호관마저 학교에 ‘학급 교체 검토’를 제안했는데, 권한이 있는 교장은 ‘다른 사 건과의 형평성’을 이유로 응하지 않고 있다. 학폭 신고했더니 돌아온 건 ‘맞학폭’ 서울 성북구 개운중학교에 다니는 ㄴ양은 2026년 5월부터 특정 무리한테 놀림을 당했 다. 한겨레21이 입수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학폭위) 회의록을 보면, 학교폭력 가 해자로 신고당한 개운중 동급생들은 ㄴ양과 눈이 마주치자, “코알라가 꼬나본다” “ 노무현, 코알라, 노숙자 중에 뭐로 불러줄까”라고 말하며 조롱했다. ‘코알라’는 극 우 커뮤니티 등에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외모를 희화화하려고 쓰는 멸칭이자 혐오 표 현이다. 이들은 ㄴ양의 귀에 대고 소리를 지르거나, 여럿이 모여 주변을 “펄쩍펄쩍” 뛰면서 돌고 6분가량 동물 소리를 지르고 얼굴을 “5㎝” 가까이 들이밀기도 했다. 동급생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한 ㄴ양은 6월18일 가해 학생들을 신고했다. 그는 8월1 0일 열린 학폭위에 출석해 “다른 친구들과 관계가 좋았지만, 가해자들이 놀리기 시작 하면서 친구들도 나를 피했다”고 호소했다. 가해 학생들의 부모는 사건 초기 서면 사 과로 무마하려다 신고당하자, 되레 학폭으로 ㄴ양을 신고했다. ㄴ양 아버지는 “가해 자나 가해자 학부모들은 전혀 반성하지 않고 사과의 진정성이 없다”며 “학생부 생활 센터 지도 선생님들이 (가해) 아이들을 불러 야단쳤더니 오히려 학부모들이 ‘당신들 이 뭔데 우리 애를 야단치고 가해자 몰이를 하느냐’며 화냈다고 들었다”고 말했다. 보호자와 함께 학폭위에 출석했던 가해 학생 중 일부는 조사관한테 했던 진술마저 뒤 집으며 학폭을 부인하기도 했다. 한 가해자의 어머니는 맞학폭을 신청한 이유를 묻는 말에 “ㄴ양을 향한 보복이라기보단 저희 아이의 억울한 상황을 조금 이야기해야겠다 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교장 “학폭위 결정 없었으니…” 학폭위는 8월10일 ㄴ양의 신고 내용 대부분을 사실로 인정해 신고당한 같은 반 동급생 5명에게 징계를 내렸다. 이 중 3명은 ‘서면 사과’ 외에 ‘학교 봉사, 특별교육 이수 , 보호자 특별교육 이수, 피해자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처분을 받았다. ㄴ양 부모는 추가로 교장에게 학급 교체를 요청했지만, 거절당했다. 이아무개 교장은 ㄴ양 부모에게 서면으로 “학폭위에서 학급 교체를 결정하지 않았다”며 “가해자가 받은 ‘피해자 접촉·협박 및 보복행위 금지’ 조치는 교육 활동 중 불가피하게 발생 하는 피해자와의 모든 접촉을 금지하는 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학급 교체는 ‘교무 ’에 속해 교장의 권한이고, 학폭위에서 학급 교체가 결정되지 않았으니 피해자 요구 를 들어줄 수 없다는 취지였다. 이에 ㄴ양 부모는 9월2일 ‘학폭위가 추가 심의를 통 해 학급 교체를 결정해달라’며 서울시교육청 행정심판위원회에 행정심판을 청구했다. 이 교장은 ㄴ양 부모와 만나서는 “다른 학년에서도 일대일 학폭 사건이 있었다. 피해 자의 학급 교체가 이뤄지면 다른 학년에서도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ㄴ양 부모의 민 원으로 실태 조사에 착수했던 서울시교육청 학생인권옹호관은 10월29일 ‘학폭위에서 학급 교체를 결정하지 않았다고 해서 교장이 ‘학급 교체’ 권한을 행사할 수 없는 것 은 아니다. 학급 교체를 포함한 추가 보호조치를 시행할 수 있는지 다시 검토하라’는 의견을 냈다. 교육청 “교장이 학급 교체 권한 행사 가능” 그런데도 개운중은 피해자의 학급 교체를 이행하지 않고 있다. 학급 교체는 교장의 권 한이고, 서울시교육청의 공문은 강제력이 없다. 피해는 계속 이어지고 있다. ㄴ양은 11월2일부터 가해 학생들이 있는 반에 적응하려고 수업 시간에는 교실에 머물고, 쉬는 시간에는 과학 준비물실에서 혼자 지낸다. 처음 교실에 들어섰을 때는 구토할 만큼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았다고 한다. ㄴ양은 이번 사건을 겪으며 정신과 진료를 받고 있다. “놀림을 받고 난 뒤로 원래 친 했던 아이들도 약간 저를 멀리하고 있어요. 반이 바뀌어서 학교생활에 좀 더 잘 적응 할 수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어요.” ㄴ양이 기어드는 목소리로 말했다. 개운중은 관련 입장을 묻는 말에 “피해자의 학급 교체를 논의하고 있다”고 답했다. 서울 성북구 개운중학교 누리집 갈무리. 장필수 기자 fee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