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핵 위기 헤그세스 “버티고 싸운다”…민주당에 정면 도발 URL: https://www.hani.co.kr/arti/international/international_general/1286202.html ------------------------------------------------------------------------ 피트 헤그세스 미국 국방장관이 5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자신에 대해 탄핵을 추진하는 민주당에 맞서 “싸우겠다”고 다짐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의 중간선거에서 압승한 민주당이 기세를 올리는 와중에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 이 탄핵에 기름을 붓는 영상을 올렸다. 헤그세스 장관은 5일 소셜미디어에 올린 영상에서 “우리는 버티고, 우리는 싸운다” 고 다짐했다. 선거에 승리한 민주당이 이란 전쟁 등의 책임을 물어 제1표적으로 헤그세스를 겨냥하 고 있는데, 민주당에게 의도적으로 도발했다는 평가이다. 헤그세스는 ‘전쟁부’ 간판이 붙은 국방부 청사 앞에서 찍은 이 영상에서 “우리는 워싱턴 주류 기득권 세력이 수십 년간 신성시해 온 성역들을 거침없이 해체했다”며 “군에서 기괴함과 워크(정치적 올바름에 대한 각성) 문화를 몰아냈다”고 자찬했다. 그는 “우리가 그들의 관료주의를 무너뜨리고 펜타곤의 통제권을 군 통수권자와 미국 국민에게 돌려주었기에, 워싱턴 기득권층은 극심한 공황에 빠졌다”며 “이제 그들은 중간선거 결과를 틈타 '탄핵'이라는 단어를 무기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헤그세스는 “이 모든 것은 인격 말살의 정치에 불과하다”며 “이는 트럼프 대통령에 게도 통하지 않았고, 나에게도 통하지 않을 것이다. 장담한다"고 말했다. 그는 “베네 수엘라 급습 작전부터 테헤란이 결코 핵무기를 보유하지 못하도록 막아선 대이란 강경 대응에 이르기까지, 트럼프 행정부는 힘을 바탕으로 군을 이끌어왔다”며 “그러나 시 작한 임무를 완수하기 위해 의회는 결단을 내려 우리 군이 전진하는 데 시급히 필요한 핵심 국방 예산안을 반드시 통과시켜야 한다”고 오히려 의회를 질타했다. 헤그세스는 “2024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말 그대로 이 나라를 위해 총알을 맞았 다”며 지난 대선 당시 트럼프에 대한 피격 사건을 언급했다. 헤그세스는 “그는 피를 흘리면서도 주먹을 쥐고 ‘싸우자, 싸우자, 싸우자’라고 외쳤고, 우리 역시 그렇게 할 것이다”며 “우리의 싸움은 이제 막 시작되었을 뿐이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헤그세스는 “우리는 버티고, 우리는 싸운다”고 영상을 끝냈다. 헤그세스의 이 영상은 트럼프에 호소하려고 치밀하게 연출된 것으로 평가된다. 방송인 출신인 그는 “트럼프의 어떤 부분을 자극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듯이, 트럼프의 눈 에 들게 만들었던 날카로운 문화적 공격들로 가득 차 불꽃을 튀겼다”고 시엔엔은 평 가했다. 특히, 그는 “트럼프가 살아남은 암살 시도의 상징성을 차용하여, 트럼프 지 지자들이 자신들의 우상에게서 보는 강인함의 전형으로 자신을 연출했다”고 방송은 지적했다. 헤그세스의 발언과 함께 보좌관들의 지지성 소셜미디어 게시물이 쏟아져 나와, 자신의 국방장관 자리를 지키기 위해 치밀하게 조율된 캠페인임을 드러냈다. 헤그세스와 측근 들은 트럼프와 마가(미국을 다시 위대하게) 운동에 헤그세스가 축출된다면 이는 곧 대 통령에게 막대한 패배를 의미한다는 메시지를 던진 것이라고 방송은 분석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한 관계자는 시엔엔에 “오늘 밤 국방부와 백악관은 입장을 명확히 했다”며 “그들은 헤그세스를 지지하기 위해 전력을 다해 반격에 나서고 있으며, 그 것이 알아야 할 전부”라고 전했다. 헤그세스의 이런 도발이 마가 진영 등의 반응을 이끌어낼 수는 있으나, 트럼프와 공화 당을 더욱 궁지에 몰아넣을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행정부는 당장 올해 국방예산을 통 과시켜야 하는데, 민주당을 더욱 자극한 것이다. 하원은 다음 주 국방장관 탄핵안 표 결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 높아지고 있다. 차기 하원 의장이 유력한 하킴 제프리스 민주당 하원 원내대표는 이날 소셜미디어에 “피트 헤그세스는 왜 아직도 자리를 지키고 있는가?”라고 물었다. 선거 전이었다면, 단순한 당파적 저격이겠으나, 이제 제프리스는 차기 하원의장의 자격으로 발언하고 있 다. 내년 1월부터 행정부의 예산 요청은 민주당이 장악한 의회를 거쳐야 하며, 공화당 과 국방부는 새로운 다수당의 비위를 맞춰야 할 처지다. 헤그세스는 트럼프 행정부의 1조5천억달러 규모 국방 예산안 통과에 걸림돌이 되고 있 다. 이번 임기를 끝으로 물러나는 톰 틸리스 공화당 상원의원은 “그는 예산 요청안을 통과시키기 위해 상원이나 의회에 충분한 공을 들이지 않았다고 본다”고 지적했다. 틸리스 의원은 “이는 이란 전쟁 문제를 넘어, 국방부가 앞으로 나아가는 데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려는 문제”라며 “헤그세스는 이 직책에 적합한 인물이 전혀 아니다” 라고 말했다. 민주당은 헤그세스를 새해에 다수당 권력을 공식 행사하기도 전에 트럼프에게 타격을 입힐 절호의 기회로 보고 있다. 루벤 가예고 민주당 상원의원은 “지금 전쟁을 수행하 는 국방장관이 마치 폭스뉴스에 출연한 것처럼 행동하고 있다”며 “황당하기 짝이 없 고, 자신이 탄핵당하지 말아야 할 설득력 있는 주장을 펴고 싶었다면 완전히 헛다리를 짚은 것이며, 말 그대로 탄핵해 달라고 자청한 꼴이다”고 일갈했다. 공화당에서도 탄핵에 가세할 움직임이 일고 있다. 트럼프가 지지한 도전자에게 밀려 예비선거에서 패한 반트럼프 성향의 토머스 매시 공화당 하원의원은 탄핵소추안 발의 를 공언하고 있다. 선거 참패 뒤 분노한 공화당 의원들이 워싱턴으로 복귀하면 의회 내 헤그세스에 대한 공화당의 비판은 최고조에 달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낙선한 의원들이나 이제 소수당 신세가 된 생존 의원들이 자신의 정치 생명을 망쳐놓 은 전쟁의 설계자를 옹호할 유인이 없을 것이란 분위기이다. 선거 전부터도 청문회에 서 보여준 헤그세스의 오만한 태도는 의회 내에 아군을 거의 남기지 못했다. 상원에서 그를 해임할 3분의 2 찬성표가 나올 조짐은 없으나, 하원에서 탄핵안이 가결될 가능성 이 있고 그럴 경우 그의 입지는 정치적으로 유지 불가능해질 수 있다. 헤그세스가 사실상 단 한 명의 시청자, 즉 트럼프를 겨냥한 것으로 보이는 영상을 직 접 내놓으며 자구책에 나선 결과가 트럼프에게 치명타로 돌아갈 공산이 커지고 있다. 정의길 선임기자 Egil@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