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잔데 통장은 마이너스, 그 원인 실시간으로 답하는 AI[허진석의 톡톡 스타트업] URL: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61107/134981413/2 ------------------------------------------------------------------------ ‘오늘 제품을 100개쯤 팔았으니 이 정도는 남았겠지’라며 짐작으로 회사를 끌고 가 는 대표가 적지 않다. 흑자인지 적자인지는 이듬해 세무신고 때가 돼서야 윤곽이 잡힌 다. 법인카드 청구서는 다음 달에야 날아온다. 어느 채널에서 얼마나 팔렸고 어떤 사 업이 돈을 벌고 있는지 알려면 직원이 며칠씩 엑셀과 씨름해야 한다. 재무팀을 두자니 부담도 크다. 최소 두세 명에 4대 보험과 복리후생비까지 더하면 한 달에 1000만 원을 훌쩍 넘는다. 또 표준재무제표는 법인세 신고를 위해 작성되는 자료 여서, 경영 판단에 바로 쓰기에는 한계가 있다. 이 간극을 인공지능(AI)과 자동화로 메우겠다는 스타트업이 있다. 은행 거래 내역부터 마켓플레이스 정산, 재고 원가까지 흩어진 데이터를 모아 장부를 쓰고 결산하고, 분석 보고서까지 만들어 주는 피네스트다. 올해 9월 하순 서울 강남구 피네스트 사무실에서 만난 임지섭 대표(33)는 회사를 “스 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정작 풀어야 할 사업 문제에 집중할 수 있도록, 재무·경영 관리 의 고민을 대신 덜어주는 자율 관리 솔루션을 만드는 곳”이라고 소개했다. 피네스트 에 따르면 국내 스타트업과 중소기업 약 50만 곳 가운데 80∼90%가 내부 재무·회계팀 이 없다. ● 재무팀 없는 기업의 ‘외부 자동화 재무팀’ 임 대표는 “국내에 훌륭한 스타트업과 중소기업이 정말 많은데, 경영진이 재무 관리 의 불편 때문에 정작 풀어야 할 문제에 집중하지 못하는 모습을 여러 번 봤다”고 했 다. 그가 꼽은 문제는 세 가지다. 회사가 얼마나 남기는지 모르는 대표가 많고, 세무 사의 재무제표는 1년에 한 번 또는 한 달에 한 번 나오는 데 그쳐 실시간성이 떨어지 며, 투자자와 주주가 요구하는 재무 자료에 대응하는 데 시간과 노력이 많이 든다는 것이다. 왜 지금까지 이런 일이 자동화되지 않았을까. 임 대표는 “미국은 회계 전사적 자원관 리 시스템(ERP)에 법인카드나 급여 도구가 응용 프로그램 연동 규약(API)으로 연결돼 있지만, 한국은 이런 연결 통로가 대부분 막혀 있다”고 했다. 피네스트는 기존 기장대행이 세무신고용 장부에 머물고, 자동화 소프트웨어는 도구만 제공하는 데서 나아가 데이터 수집부터 분류, 전표 작성, 결산, 분석, 세무신고 지원, 자금 집행 보조까지를 하나의 엔진으로 묶었다. 임 대표는 “은행이나 카드 내역을 긁 어오는 데서 멈추는 도구와 달리, 우리는 재고·물류·마켓플레이스 같은 원천 데이터 까지 모아 분류와 마감까지 끝내고 그 결과물의 정확성에 책임을 진다”고 했다. ● 데이터 연동하고 흩어진 장부는 관계형 DB로 핵심 기술의 출발점은 데이터 확보다. 임 대표는 “고객사 동의를 받아 데이터를 연동 해 모은다”며 “이게 돼야 기장과 신고 지원, 분석 자동화가 가능하다”고 했다. 은 행 거래 내역과 세금계산서, 대부분의 법인카드는 연동이 끝났고, 주요 마켓플레이스 와 결제대행사(PG)도 상당수 연동됐다. 차별점은 그다음 단계다. 판매 채널의 주문·정산 데이터와 물류의 완제품 품목단위(S KU), 재고 원가는 서로 다른 코드 체계로 관리된다. 이를 같은 식별자로 엮어야 채널 별·상품별 이익이 나온다. 임 대표는 “이 세 가지를 하나로 엮은 관계형 데이터베이 스를 만드는 것이 우리 기술력의 하나”라며 “원래 사람이 다 하던 일”이라고 했다. 분류 작업도 자동화했다. 회사별 규칙에 맞춰 거래를 분류하고, 확신이 높은 거래는 자동으로 처리하며 낮은 거래만 고객사와 확인한다. 임 대표는 “판단이 필요한 영역 이 20% 정도이고 나머지 80%는 거의 비슷비슷한 거래”라고 했다. 결과물은 관리손익, 자금일보, 재무제표를 한눈에 보는 대시보드와 월 2회 분석 보고 서다. 이용료는 월 150만 원부터다. 보고서에는 숫자뿐 아니라 이유가 붙는다. 임 대 표는 “IT 비용이 전월보다 1000만 원 늘었다면 마이크로소프트 비용이 늘었기 때문이 라는 식으로 거래 내역을 근거로 설명한다”고 했다. 대시보드에는 ‘재무 에이전트’ 도 탑재됐다. 임 대표는 “범용 AI는 우리 회사의 정보가 없다. 우리가 만든 에이전트 는 우리가 완성한 원장 안에서만 답한다”고 했다. 성과도 나타났다. 임 대표는 도입 기업의 재무관리비가 평균 70% 안팎 줄었다고 했다. 회사 소개서에 따르면 콘텐츠·미디어 고객사는 월 1500만 원이던 재무 관리 비용이 4 00만 원으로 내려갔다. ● 안정적인 금융맨의 ‘뒤에서 돕는 도전’ 임 대표는 와튼스쿨에서 재무·회계를 전공하고, 크레디트스위스 투자은행 부문과 모 건스탠리 사모펀드 부문을 거쳐 스타트업 매스프레소에서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지냈 다. 전환점은 투자 검토 현장에서 왔다. 임 대표는 “여러 회사를 동시에 검토하면 장부가 제대로 안 돼 있는 곳이 너무 많았다”고 했다. 연매출 100억∼200억 원 회사에 재무 회계팀 5명이 붙어 있어도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하는 데 시간을 다 쓰는 구조였다. 그 는 “이 시대에 이렇게 많은 사람이 데이터를 모으고 가공하는 일을 수기로 한다는 게 말이 안 된다고 느꼈다”고 했다. 피네스트의 뿌리는 공동창업자인 김민 최고운영책임자(COO)다. 여러 스타트업의 재무 팀에서 일하던 그가 엑셀 기반으로 사업을 시작했고, 자동화할 수 있는 지점을 하나씩 찾아냈다. 피네스트는 옛 버니레이트라는 재무테크 스타트업이다. 양원석 최고기술책 임자(CTO)와 매스프레소에서 김 최고운영책임자와 함께 일한 임 대표가 나중에 합류했 다. 지금은 데이터베이스 엔지니어와 클라우드 전문가 등 테크팀 5명이 개발을 맡고 있다. 임 대표는 “사업 생각이 없었는데, 문제의 시급함과 AI로 풀 수 있게 된 시대 흐름, 투자와 CFO를 하며 쌓은 경험, 실무 전문가인 팀이 한꺼번에 맞아떨어졌다”고 했다. 그는 “당연히 불안했지만 이건 내가 제일 잘할 수 있다는 확신이 있었다. 좋은 기업 이 탄생하는 걸 뒤에서 돕는 일이 나에게는 더 큰 도전이라고 느꼈다”고 했다. ● 재무팀 없는 40만 곳 겨냥 피네스트의 고객사는 33곳 안팎이다. 소비재 브랜드부터 피지컬 AI 로봇 스타트업까지 다양하다. 직원 25명 가운데 20명 정도가 고객사와 가상의 재무팀을 꾸려 돕는다. 지 금은 마켓플레이스와 PG와의 연동 완성도를 높이는 데 힘을 쏟고, 그다음 급여와 세무 신고 지원, 결산 자동화로 넘어갈 예정이다. 내년에는 고객사가 100곳을 넘기면 고객 동의를 받아 재무 정보와 회사 소개 자료를 모아 벤처캐피털(VC)이 열람할 수 있는 투자 플랫폼을 만들 계획이다. 해외로는 미국 법인을 둔 고객사 통합 관리를 시작으로 미국과 일본 진출을 검토한다. 위험 요인으로는 경쟁보다 운용의 효율성을 꼽았다. 임 대표는 “수요는 검증됐다. 문 제는 수만 곳을 서빙할 수 있도록 사람을 뽑고 키워야 하는 점, 기술을 제대로 활용해 병목 없이 임계점에 빨리 도달해야 한다는 점 등 스스로와의 싸움”이라고 했다. 임 대표는 “국내 50만 곳 가운데 재무팀이 없는 40만 곳에 최대한 많이 서비스를 제 공해서 재무 관리를 받지 못해 좋은 기업이 쓰러지는 일이 없도록 하고 싶다. 사업을 한다면 피네스트를 꼭 써야 하는 인프라 회사가 되는 게 목표”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