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시대에 자막·더빙 회사?... 세계 1위 찍은 반전 성공기 URL: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6/11/07/NJ6H4F5KOFABBGORKLPTC3CXNQ/ ------------------------------------------------------------------------ 쫌아는기자들의 성호철입니다. 매출 5억 달러를 내던, 입증된 유니콘의 창업자였다가 한순간에 도산 위기에 몰린다면? 유니콘이면 꽤 무게감이 있는데, 하향 곡선으로 붕괴 하면 다시 반등한다는게 가능한 말일까요. 현실은 드라마가 아닙니다. 무거운 유니콘 은 피벗과 같은 도구로는 반등이 쉽지 않습니다. 오늘 인터뷰는 아이유노글로벌(이하 아이유노)의 이현무 창업자입니다. 그는, 솔직히 ‘이해득실’에 따라 사람을 고르는, ‘냉정한 비즈니스맨’의 느낌이 없지 않았습니 다. 근데, 쫌아는기자들은 그런 이 대표가 좋았습니다. 그러니까, 그의 실력은, 스타 트업 창업자로선 누구보다 창업자다운 CEO이지 않을까 합니다. 시쳇말로, 리스펙. 아이유노는 세계 1위 미디어 현지화(로컬라이제이션) 회사입니다. 전 세계 콘텐츠의 더빙과 자막, 그리고 콘텐츠가 완성된 뒤 스트리밍 플랫폼에 올라가기까지 모든 기술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2위 사업자보다 시장 점유율이 두 배쯤 됩니다. 아시아·유럽· 미주 세 대륙에 더빙 스튜디오를 직접 소유·운영하는 유일한 회사입니다. 31국에 레 코딩룸 300개, 함께 일하는 번역사가 2만명, 성우가 2만명, 서비스 언어는 100여 개입 니다. 정점때 매출은 5억1100만달러. 이후 할리우드 파업과 보안 사고가 터졌습니다. 이현무 대표는 “내가 봐도, 무너질 확률이 90% 이상이었다”고 합니다. 올해 매출은 3억4000 만~5000만달러 정도입니다. 생존에 성공한 겁니다. AI 시대에 더빙, 자막 회사가 필요할까요. 매출 추락의 배경엔 AI가 아이유노의 비즈 니스를 대체할 것이란 생각입니다. 하지만 아이유노는 바닥에 추락한뒤, AI로 승부를 봅니다. 예컨대 클로이(Chloe)라는 AI를 만든 겁니다. 클로이는 사람처럼 콘텐츠를 ‘ 시청’하고, 내용을 데이터베이스로 기억합니다. 이 대표는 “혁신은 돈이 없을 때, 최악의 바닥일때 일어난다”고 합니다. 2002년 대학생 셋이 각자 현금서비스 200만원 씩 받아 시작한 번역 회사. 아이유노는 어떻게 세계 1위가 됐고, 무너졌고, 부활했는 지, 이현무 대표가 답합니다. ◇현금 600만원 창업해 매출 5억 달러까지...미친 성공스토리였지만 =아이유노는 번역, 자막, 더빙 회사죠? “전 세계 넘버원 미디어 현지화, 미디어 로컬라이제이션 회사입니다. 더빙, 자막 뿐 만 아닙니다. 엔드 투 엔드를 하는 데 필요한 편집, 엔코딩, 패키징, 유통 파이프 라 인까지, 말하자면 콘텐츠가 완성되고 넥플릭스와 같은 플랫폼에 올라가기 전까지 기술 적인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경쟁자인 넘버2와 비교하면 마켓셰어가 두 배 정도라고 추 정합니다. 경쟁사 중에 유일하게 아시아, 유럽, 미주 3개 지역의 더빙 스튜디오를 직접 가진 회 사입니다. 경쟁사들은 몇 군데는 없거나, 스튜디오를 외주줍니다. 고객은 일반인들이 들으면 다들 알만한, 메이저 글로벌 스트리머, OTT, 스튜디오, 방송사 콘텐츠 오너들 입니다.” “매출 비중은 더빙이 70%, 자막이 25%, 미디어 서비스가 5% 정도고요. 31국에 레코딩 룸 기준 300개 정도가 있고, 일 년에 2만 명 정도의 번역사와 2만 명 정도의 성우들과 같이 일을 하고 있고요. 내부 직원은 1900명에서 2000명 사이입니다. 프로젝트 관리를 하거나, 엔지니어링을 하거나, 녹음 디렉팅을 하는 감독님, 이런 분들입니다.” =2022년 매출이 5억1100만 달러였습니다. 2018년 이후에 무섭게 급상승했죠. “정점 때 5억1100만달러 정도였는데 많이 내려왔다가 올해는 3억2000만달러 정도를 예상하고 있습니다. 상반기엔 예상보다 좀 더 했고요. 하반기를 합치면 3억4000만에서 5000만달러 정도 하지 않을까. 많이 회복한 거예요.” “꺾인 건, 2022년 말 할리우드 최장 작가·배우 파업때였죠. 안 좋은 상황에 대형 고 객 하나가 스펜딩을 많이 줄인 게 영향이 컸습니다. 한풀 꺾였는데, 최악의 상황이 터 졌죠. 보안 사고가 났습니다. 2023년예요. 이후 2년여간 쭉 빠졌죠. 올라갈 때는 오래 걸리고 내려갈 때는 순식간이라. 거의 자유낙하였잖아요. 고객들이 다 떠나더라구요. ” “당시 정말 어려웠어요. 주주들이 일단은 믿어줬고요. 내부 펀딩을 몇 번에 걸쳐서 해줬고 버텼죠. 굉장히 많은 비용 절감했어요. 인력들도 많이 정리했죠. 반면, 투자해 야 될 보안에는 훨씬 투자해 시장 신뢰를 확보하고 2026년 다시 올라오고 있습니다. 주요 고객사들이 돌아오면서요.” =말은 쉽지만, 스타트업이 바닥에서 다시 치고 올라온다는게... 대부분은 거기서 무너 지죠. “예. 무너질 확률이 90% 이상이었던 것 같습니다. 그때 생각하면요. 굉장히 힘든 시 기였죠. 긍정적으로 보자면, 의외의 효과도 있었어요. 아이유노는 사실상 세 개 회사 를 합병한 회사입니다. 합병하다보면 다른 컬처와 이고(ego)가 있고 파벌이 존재해요. 그런데 이런 상황이 딱 닥치면, 모두가 힘을 한데 뭉쳐서 원팀이 됩니다. 말하자면 지 구에서 아시아랑 유럽이랑 싸우다가, 외계인이 침공하는 순간 힘을 합치는…. 합병후 문화적 통합은 큰 회사들도 십 년에 걸쳐도 잘 안 되는 건데, (위기 상황에서) 싹 다 사라졌어요. 망할지도 모르는데, 파이를 나눠 먹을때가 아니니까요.” =너무 긍정적인 해석인데요. 반대 사례도 숱하게 많죠. 직원들을 설득하고 비전을 줘 야하잖아요. “보안 사고 터진 지 일주일쯤, 급한 일 수습하고 사내 타운홀에서 경영진 방침을 밝 혔습니다. ‘큰일 났다. 결코 쉬운 상황이 아니고 엄중한 상황이다’고 했죠. 솔직해 야죠. ‘우리는 계획을 세울 것이고, 그 계획을 모두와 공유할 것이고, 그 계획을 예 정대로 잘 실행하면 우리 회사는 회복할 수 있다.’ 클리어한 플랜을 알려주고 우리가 이대로 하면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주는 게 제일 중요하더라고요.” ◇ “혁신은 돈이 없을 때 일어나더라” =추락 당시, 보안만이 문제는 아니었죠. ‘AI가 번역을 대체하면 이 시장은 사라진다 ’는, 그러니까 아이유노는 더는 필요없다는 대세론이 없지 않았죠. 대체 ‘희망’은 어디에 있다는 거죠? “AI가 무섭진 않았어요. 왜냐하면 그때(2022~23년)는 진짜 AI로 되는 건 없었거든요. 콘텐츠(드라마) 하나 드릴테니, 넷플릭스급 자막을 AI로 만들 수 있나요? 진짜 안 됐 어요.” =아뇨. 하지만 ‘언젠간’ 대체할 것이란 전망이 있었잖아요. “예. 보통 기업가들은 그 ‘언젠가’를 방어하죠. 자기 안에서 ‘그래도 이것까지는 안 될 거야’하고 나름 선들을 쭉쭉 긋죠. 그리고선 그 선이 계속 무너지죠. 기술은 점점 가능케 되죠.” =결국 ‘자막 비즈니스’의 소멸? “그러게요. 그게 소멸일지, 아니면, 역으로 우리가 그 변화의 주축이 될지, 그런 결 정을 해야 되는 타이밍. 보안 사고가 터졌을 때, 그랬어요. 그전엔 ‘언젠가’라며 방 어했다가, 위기가 오니, 이번엔 AI는 우리가 꼭 성공시켜야만 하는, 거의 절대적인 일 이 됐어요. 보세요. 매출은 떨어지고, 더는 비용은 줄인만큼 줄여서 더 줄일 방법이 없었고. 비용도 비용이지만, 시실 비전이 있어야 투자를 받고 다시 시작할 것 아닙니 까. (자막 비즈니스가) 없어진다는데 누가 투자해줘요. 절박했고 누군가한테 의존할 수 없었죠. 직접 파야만 했죠.” “재미난 게, AI까지 안 가도 비슷한 경험이 있었어요. 2002년에 회사 시작하고 ‘미 디어트랜스’라는 번역용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특허를 냈었거든요. 테이프 방송에서 파일 방송으로 넘어가던 시절인데, 자막 처리할 방법이 없던 시절이죠. CJ가 그때 저 희 소프트웨어를 사 갔었어요. 한동안 국내 외화용 자막의 90%를 그 소프트웨어로 제작했어요. 근데, 제가 그 소프트 웨어를 개발한 상황을 아세요? 당시도 비즈니스가 한창 잘할 때인데, 내부 간부가 고 객사와 직원을 싹 들고 나갔어요. 회사엔 저랑 직원 한 명이 남았죠. 그때, 월 매출 2 000만원이었다가, 다음 달 매출은 200만원이었습니다. 너무 힘들었고, 그 힘듦을 자동 화하기 위해 소프트웨어 개발에 매진했던 거죠. 그 덕분에 살았죠. AI도 그랬어요.” “사실 AI 시대 온다고 했을때, 기술 투자를 많이 하긴 했어요. 근데, 유의미한 결과 를 끌어내진 못했어요. 그때는 엄청 AI 투자했는데, 결론은 ‘AI는 자막을 대체하지 못한다’였어요. 하하. 그런데 위기가 왔고, 절박하니, 정반대가 됐죠. 지나고보니 혁 신은 돈이 없을 때 일어나더라고요. 투자할 돈이 없을 때요. 너무 절박한 거예요, 그 때는. 혁신이 일어나지 않으면 안 되는 절박함이 있어요. 돈 한 푼도 없을 때 혁신이 일어나더라고요. R&D 자금이 있어야 혁신이 일어날 것 같은데 말이죠. 직원들도 돈이 없을 땐 정말 대가 없이 열심히 일하고.” =위기의 절정일 때, X팀이란 개발팀을 만들었죠. “두 가지 관점에서 만들었습니다. 큰 회사가 돌아가려면 구조화가 많이 돼야 됩니다. 그런데 큰 회사 임원의 일은 문제가 안 생기게 하는 겁니다. 시스템이 망가지지 않게, 납품이 계속 이뤄질 수 있게, 보안 사고가 나지 않게. 저희는 ‘시큐리티 퍼스트(Secu rity First)’라는 컬처가 있어요. CEO가 무슨 혁신을 하고 싶어도 보안 퍼스트가 노( No)라 그러면 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러니, 혁신은 별도의 스타트업 구조가 있어야 겠다, CXO 밑에 둘 수 없고 CEO 밑에 직접 두겠다고 결정을 했고요. 그래서 CEO 오피 스 직할에 엔지니어와 오퍼레이션 인력 스무 명 정도로 X팀을 만들었습니다. 지금은 회사의 주요 팀이 됐죠.” “두 번째로, 비전의 끄트머리라도 있어야 방향을 잡지 않았겠냐는 겁니다. 사실, X팀 만든 시점에서 거슬러, 5년 전쯤 공동 투자한 AI 번역 스타트업이 있었어요. 그 회사 와 번역 엔진을 만들어 봤어요. 그래서 ‘도저히 안 되는 이유’를 잘 알았어요. 당시 결론은 ‘영원히 번역은 대체될 수 없습니다’는 겁니다.” “예컨대 존댓말 어떻게 하실 건데요. 번역 엔진에 넣었는데, 현재 대화를 나누는 나 와 성호철 기자가 형·동생 사이인지, 세 번 만난 사이인지 모르잖아요. 연인도 처음 봤을 땐 존댓말이고 부부 되고서는 반말 쓸 텐데, 그 시점을 어떻게 알죠? 당시엔 그 런 이야기로 (투자자나 고객에게) ‘AI 번역 안돼요’라는 논리로 방어했죠. 근데, 이 젠 방어할 입장이 아니라, 제가 이뤄내야 될 입장이 된 거죠.” =첫 실험이 영어 번역의 존댓말이였죠. “심플했어요. AI 쪽에 젊고 재능있고 트인 몇 명을 데려다가, 여섯 명이 회의실에 앉 아서. ‘A는 마흔 살이고 B는 열 살짜리 딸이야’라고 입력하고, 그 밑에 ‘Hey, how are you doing?’을 넣어요. 한국어로 번역시키면? B(열 살)가 A(마흔 살)에게 ‘잘 지내세요?’라고 할까. 팀원들은 ‘몇 번이나 해봤는데 안 됩니다. 모델이 그 맥락을 못 읽습니다’는 거죠. 당시는 LLM 초창기였으니까.” “X팀에는 금기어가 있습니다. ‘해봤는데 안 된다’. 어제 안 된 게 오늘은 될 수 있 는 시대에 우리가 살고 있으니까. 다시 해봐야 되는 거예요. 그래서 거기서 챗GPT에서 다시 입력했는데 딱 되는 거예요. ‘그럼 반대로 해봐.’. 그랬더니 반말을 해요. 또 반대로 하니까 존댓말을 해요. 그게 출발점이었어요.” “그때 깨달았죠. 문제는 모델이 아니고 맥락이라는 걸. 옛날 신경망 번역, 파파고 시 절 모델은 맥락을 주입해 줄 ‘귀’가 없었어요. 눈으로 보고 번역만 하지, 맥락을 들 을 귀가 없었어요. 근데 이제 LLM은 귀가 있거든요. 존댓말·반말이 먹히면 딴 것도 먹히겠죠. 여성이면 여성 말투를 쓰고, 애라면 애 말투를 쓰고, 비아냥대는 캐릭터면 비아냥대는 말투를 쓰고. 이미지도 넣어보고. 담배 피우는 장면에서 ‘Hey, can I get one?’이면, AI가 ‘one’이 담배인지, 볼펜인지 알아야 되거든요. 실험을 확대하다보 니, 맥락을 콘텐츠에서 뽑아내는 엔진이 필요하다고 봤고, 그게 클로이 개발로 이어진 거죠.” ◇클로이, 사람의 ‘시청 경험’을 통째로 복제하는 AI =클로이는 뭐라고 정의하죠? “일단 ‘무엇이 문제인가’라는 정의부터요. 콘텐츠가 완성되고 유통되기까지, 번역 자막, 청각장애인용 자막(SDH), 더빙 대본, 시각장애인용 오디오 디스크립션, 마케팅 용 포스터, 타이틀 네이밍, 메타데이터... 이런 모든 작업을 하는 사람들이 똑같이 중 복적으로 하는 일이 뭘까요. 다들 콘텐츠(영상)를 직접 시청하는 거죠. 중복 문제죠. 게다가 사실은 각자 해석이 다 달라요. 추가로 여러 명이 보면 보안 리스크가 당연히 커지죠.” “클로이는 AI 모델이 아닙니다. AI들을 이용해 에이전트를 만들어, AI가 콘텐츠를 마 치 사람처럼 쭉 보는 거예요. 필요하다면 대본, 이전 에피소드, 이전 시즌들, 고객사 들만의 브랜드 룰. ‘말레이시아 버전에서는 절대 돼지고기를 언급하면 안 돼’, ‘우 리 아티스트는 일본 팬이 많으니 일본에 대한 공격적인 메시지를 톤다운해 줘’와 같 은, 모든 걸 감안하면서 콘텐츠를 시청해요” “각 장면에서 캐릭터가 어디에 앉아, 무슨 대사를 하고, 누구랑 어떤 관계고…. 에피 소드별로 다 전사(轉寫)합니다. 사람은 보고 나서 그 기억을 공유 못하지만, AI는 데 이터베이스에 공유를 시켜놓는 거죠. 그때부터는 AI 모델들을 스킬로 만들어서, 자막 스킬은 이거 참조해 자막 만들고, 스포팅 리스트 스킬은 저걸 참조해 만들고, 줄줄이 사탕으로 뽑아낼 수 있는 거예요. 더는 휴먼 서비스가 아니고 다운로드가 되는 거죠. ” =학습을 어떻게 시켜요? “그게 기술이죠. 제일 쉬운 방법은 콘텐츠를 제미나이에 넣으면 비디오 분석을 해줍 니다. 그걸론 메모리 빌드는 못해요. 컨텍스트 윈도우 제한 때문에 3분, 5분 이상은 안 돼요. 근데 콘텐츠는 100분이 되기도 하고, 멀티 시즌으로 수백 편이 되기도 하고 요. 이 장면의 캐릭터가 저 장면의 같은 캐릭터인 걸 추론하려면, 얼굴도 봐야 되고 목소리도 들어봐야 되는데, 사실 목소리도 변하고 얼굴도 변하고 옷차림도 변해요.” “심지어 어떤 것까지 추론해야 되냐면, 아파트 평면도를 그려요. 사람은 ‘좀 전에 거실에 있던 사람이 이 방으로 들어갔잖아. 그럼 방에 있는건 그 사람이야’라고 생각 해요. ‘저기 아저씨가 창문 열고 나갔는데, 화면이 전환돼서 지금 여기 와 있으니, 현재 밖이고, 같은 아저씨야’. 이런 인간의 암묵적인 추론 과정이 수백 가지가 되겠 죠. 그걸 에이전트화시킨 거예요. 저희는 ‘mimic human watching’, 그러니까 ‘인간 의 시청 경험을 모방하는 제품’이라고 합니다.” “데모를 보여드릴께요. 장면엔 상대방이 없는데도, 인물이 얘기를 해요. 상대방이 누 굴일까, 클로이가 추론한 거예요. 장면 설명도 있죠. 엘리가 의사를 방문하고 있고, 위치는 닥터스 오피스고, 캐비닛 위에 뭐가 올려져 있고, 어떤 이모션이다. 클로이는 (인간 시청자와 같이) ‘엘리는 지금 누구의 아기를 임신하고 있다’고 추론합니다. 화면에 주인공이 핸드폰를 보는데 ‘누가 납치됐다’는 신문기사가 떴으면, 클로이는 ‘이건 중요한 맥락이다’라고 판단하고, 번역해요. 핸드폰 화면서 코카콜라 등 일반 간판이 있으면 번역하지 않아도 되구요. 인간의 시청 경험을 추적한다는 게 생각보다 굉장히 고난도 작업이에요. 한 시간짜리 파일은 AI가 세 시간 정도 프로세싱해 만들어 집니다.” =콘텐츠 메모리, 그러니까 클로이가 인간처럼 시즌 전편을 모두 시청하고 내용을 숙지 한 상황이네요. 그런 클로이가 자막을 만드는건가요? “스킬로 가서 쫙 출력해버리면 됩니다. 물론 자막도 만들고요. 자막이라고 해도, 파 생된 포맷이 스무 가지, 서른 가지 정도 됩니다. 예컨대 자막 가운데, 청각장애인용 자막은 조금 달라요. 그런데 음악을 알고 있는 클로이는 자막에다 ‘긴장감 있는 음악 이 흐른다’를 넣어요. 누가 넣어준 게 아니라, 음악 정보가 ‘콘텐츠 메모리’에 다 들어있으니까요. 고객사(드라마, 영화 제작사, OTT 등)는 ‘콘텐츠 메모리’를 하나 빌드하면 앞으로 걱정이 없죠. 예전에는 자막 비용이 비싸니 20개 언어만 했지만, 지 금은 20개나 100개나 상관 없어요. 다 AI 토큰 비용일 뿐이죠.” =기반은 제미나이와 같은 LLM? “예. 저희 모델은 아닙니다. 제미나이를 많이 쓰고, 다양한 모델들을 엔터프라이즈 라이선스로 씁니다. 서버 관리를 하지 않습니다. 비용이 비싸긴 한데, 저희는 최고 성 능의 멀티모달 모델이 필요해 계속 그렇게 써야 될 것 같아요. 내부적으로는 ‘Sub X ’라는 프로덕트로 구현해 번역 레이어를 없애고 있어요. 현재는 전체 물량의 10% 정 도 대체했고, 올해 말까지 가면 70% 정도는 클로이 기술로 대체됩니다. 클로이 자체는 고객사들이 쓸 수 있는 SaaS 플랫폼으로 만들어서 9월에 정식 출시합니다. 가격은 토 큰 비용을 포함하다보니 상당히 비싼 편이긴 하지만, 사람이 할때와 비교하면 월등히 싸죠.” “이 제품 덕분에 매출 리커버리 효과도 굉장히 컸어요. 고객사의 스텐스는 ‘아이유 노가 보안 사고 났으니 안 쓰려고 했는데, 앞으로 AI 파트너가 필요하니, 일단 다시 아이유노에게 자막하고 더빙을 맡겨서 키워놓고, 관계도 유지해야겠다’는 거죠. 물론 보안 사고 이후, 투자를 통해 내부에서 누가 무슨 파일을 열어봤는지 몇 시간이면 다 나와요. 오히려 보안이 가장 강한 회사로 인식되고 있습니다.” ◇AI 더빙이 사람 더빙보다 오래 걸린다는 역설 =AI 더빙은 자동 아닌가요? “AI 더빙은 성우 대신 AI 엔진이 목소리를 내주는 겁니다. 일반 더빙과 마찬가지로 크리에이티브 디렉팅을 해야 돼요. 작품 하나에 라인이 천 개가 있으면 라인별로 ‘이 부분은 세게 읽고, 이쪽은 소곤거려야 돼, 이건 감정적으로.’라는 식이예요. 더빙도 연출이라는 게 있거든요. 근데 AI는 프롬프팅을 해야 되잖아요. 한 번 재생해 들어보 고, 다시 재생해 들어보고. 이터레이션을 30번, 100번씩도 해야 되는 거예요. 기존에 AI 더빙이라고 했던게, 전혀 자동이 아니에요. 인간 더빙은 21일(캘린더 데이)이 걸리 는데, AI 더빙은 비즈니스 데이로 24일, 5주가 걸려요. 2주가 더 걸리는 거예요.” =유튜브에서 AI 더빙은 감정과 같은 톤이 거의 없던데요. “그런 더빙은 몰입이 안돼요. 시청률 데이터를 보면 확연해요. 유료 과금 콘텐츠는 몰입할 수 있게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숏폼 드라마들도 대부분은 휴먼 더빙을 선호 해요.” =클로이가 그걸 바꾼다? “AI 더빙에서 프롬프트 이터레이션이 왜 그렇게 많이 발생하냐면, AI가 맥락을 몰라 서예요. AI에게 장면마다, 지시를 세밀하게 해야해요. 클로이는 AI 더빙 모델을 위한 프롬프트를 짜요. 클로이는 모든 콘텐츠를 모두 시청했거든요. ‘네가 콘텐츠 다 봤잖 아. 네가 AI 더빙용 프롬프트를 라인 바이 라인으로 짜.’라고. AI 더빙이 잘 나오려 면 프롬프트가 굉장히 풍부해야 되거든요. ‘안녕하세요’라는 더밍 한마디도, ‘산에 서 누가 내려오고 있는데, 주인공은 어제 이런 일이 있었고...’라는 식요. 이걸 사람 이 매 줄 써서, AI에게 준다는게 말이 안 되는 거죠. 근데 클로이는 자동으로 쭈루룩 써낼 수 있어요. (@실제 데모에서 같은 장면의 AI 더빙 두 버전을 비교해 들려줬다. 사람이 라인별로 수십 번 디렉팅한 버전은 슬픈 장면인데도 감정이 담담했고, 클로이 가 프롬프트를 자동 생성한 버전은 감정 연기가 살아 있었다.) 비용도 적게 들고 훨씬 빠르고요.” ◇오징어게임의 주인공 배우가 아닌, 진짜 캐릭터와 대화 =콘텐츠 메모리로 뭐까지 할 수 있습니까? “자막 되고, AI 더빙의 프롬프트 되고, 청각장애인용 자막, 시각장애인용 대본, 시놉 시스, 유튜브 메타데이터 태그…. 홍보 보도자료도 쓸 수 있어요. 챗봇까지 만들어 봤 어요. 사실 AI 챗봇들은 유니버스 개념이 없죠. 자신만의 맥락과 세상이 없는 백지상 태요. 하지만 콘텐츠 메모리를 입히면 달라요. 앞으로 메이저 지적재산권(IP)들도 챗 봇 서비스를 하고 싶어질 거라고 봐요. 예컨대 오징어 게임의 주인공 캐릭터랑 대화를 할 수 있어요. 시작은 텍스트겠지만, 결국 홀로그램, 피지컬 AI 등 진화하겠죠.” “챗봇 산업을 보니, 사용자가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인데, 그 이상을 공략하려면 유니버스가 있는 메이저 IP로 옮겨와야 된다고 그래요. 메이저 IP로 옮겨오는 데 제일 핵심은 맥락이에요. 유니버스의 모든 정보가 있어야 챗봇이 탄생할 수 있는 거죠. 대 신 유니버스는 굉장히 탄탄해야 돼요. 재밌는 게, 거짓말은 기존 맥락이 있기 때문에 그게 ‘거짓말’이 되는거죠. 맥락이 원래 없었으면 거짓말이 아니죠. 백지상태 챗봇 은 어차피 거짓말이 없어요. 유니버스 챗봇은 다르죠. 재미난 프로젝트도 하고 있습니 다. 국내 정부 쪽하고 콘텐츠 아카이브를 전사하는 콘텐츠 메모리(CM) 구축 사업 논의 를 시작했어요.” =거꾸로, 콘텐츠를 만드는 쪽으로도 갈 수 있는 거 아닌가요? “맞아요. 콘텐츠에서 맥락을 추출하잖아요. 현재는 소설을 가지고, 웹툰이나 영상으 로 만들지는 못하죠. 젠(Gen) 비디오가 15초가 한계고, 이터레이션마다 얼굴이 다 달 라요. 사람만 그런가요? 여기 놓여 있는 리모컨이 5분 뒤 다음 장면에도 여기 있어야 돼요. 이걸 못하면 제작을 못하는 거죠. 근데 우리가 거꾸로 간다면? 소설을 가지고, 콘텐츠 메모리를 먼저 만들어요. 그 위에서 콘텐츠를 만든다면 어떻게 될까요.” ◇현금서비스 600만원, VHS 테이프, 그리고 10억 빚 =첫 창업이 2002년입니다. 왜 번역 회사였나요? “1학년 때 많이 놀아서 학사경고를 맞았었거든요. 유학을 가려는데 GPA가 너무 낮아 서 F 맞은 과목을 재수강하느라 한 학기를 더 다녔어요. 시간이 많이 남아, 번역 알바 를 했어요. 회사 사장님이 ‘너 그냥 들어와라, 수업 시간만 빼줄게’ 해서 정규직으 로 취직을 했어요. 거기서 동업자 두 분을 만났어요. 한 분은 번역사, 한 분은 영업사 원. 큰 비전이 있었던 건 아니고, 유학 준비하는 9개월 동안만 셋이 하자. 각자 현금 서비스 200만원씩 받았죠. 보증금 500만원에 책상값 100만원으로 시작했어요. 9개월 하고 각자 갈 길 가자는 계획이었죠. 그때는 영상 번역은 비디오테이프를 쟁생했다가 멈췄다가 재생했다가 멈췄다가 보면서 했어요. 일 년만에 동업 관계는 청산이 됐어요. 생각보다 돈이 안 되더라고요.” =제일 어려웠던 게 초창기 아닌가요? 빚 10억 얘기도 있던데. “앞으로 벌고 뒤로 밑지는 거죠. 부기(簿記)도 전혀 모르고, 대차대조표 볼 줄도 모 르고 손익계산서 짤 줄도 모르고. 어머니한테 꾸고 할머니한테 꾸고 이러면서 왔죠. 제일 컸던 사건은 국내 모 방송사 부장님의 장모님 장례식을 안 갔다가 그 다음날 계 약이 끊겼어요. 당시 회사 매출의 거의 반이었는데. 염증을 느꼈죠. 싱가포르 가야겠 다 했을 때. 빚을 합쳐보니 외할머니께 빌린 돈, 기술보증기금에서 빌린 돈 해서 10억 정도 되더라고요. 2008~09년이죠. 창업하고 7~8년 됐을 타이밍이요. 그때가 제일 힘들 었던 것 같아요.” =왜 싱가포르였어요? “한국에서는 싱글 랭귀지 서비스밖에 못하잖아요. 한영 아니면 영한. 근데 싱가포르 로 가면 다국적 방송사들인데, 영·중·일·한·말레이·인도네시아, 멀티 랭귀지가 되잖아요. 스케일이 생기거든요. 그냥 맨몸으로 이사 갔죠. 1년 정도는 제대로 풀린 게 없었어요. 지사가 있고 업력이 있어야 수주를 하는데 없으니까, 맨날 영업만 다니 고. 그러다 타이밍이 왔어요. 싱가포르의 한 고객사가 한국 방송사와 계약해 처음으로 한류 콘텐츠 채널을 만들었는데, 한국에서 콘텐츠를 싱가포르까지 테이프로 가져오려 니 세관 문제가 복잡했어요. 공학도 출신이니, 일반 인터넷망으로 몇 기가 파일을 30 분, 한 시간이면 보낼 수 있는 저비용 고속 파일 전송 시스템을 구축했어요. 서울 집 에 컴퓨터 한 대, 싱가포르에 한 대. 그 다음 이동식 하드에 옮겨서 운전해서 고객사 에 갖다 줬어요. 거의 3년간 그랬던 것 같아요. ‘우리가 이걸 해줄 테니 번역과 더빙 을 달라’고 한 거죠. 더빙은 말레이시아 하청 업체를 쓰다가, 나중에 직접 스튜디오 를 짓고, 일주일에 서너번씩 싱가포르에서 쿠알라룸푸르까지 네 시간 거리를 왔다 갔 다 하면서 계약했죠. 몇 년 반복하다 보니 아시아에서 제일 강한 플레이어가 된 거죠. ” =미국은요? 넷플릭스는 어떻게 뚫었어요? “5~6개국까지 확장했을 때쯤 넷플릭스가 미국에서 엄청난 OTT로 성장하고 있었고, 경 쟁사 사장님들이 ‘넷플릭스 때문에 돈을 많이 번다’는 소문이 들렸어요. OTT는 한 군데서 전 세계 서비스를 하니까, 미국에 가지 않으면 수주를 못한다고 생각했죠. 정 말 모텔방 3일 예약하고 비행기 값만 들고 갔어요. 비자도 사무실도 없이. 아파트부터 얻고 차 사고, 사무실은 몇 달 뒤에 얻은 것 같아요. 1년 정도 됐을 때 기회가 하나 왔어요. 저희가 뽑았던 영업사원이 이명(耳鳴)이 와서 미팅을 못 가고 제가 대신 갔는 데, 그게 마침 넷플릭스랑 연결이 돼서. 당시 ‘아시아의 벤더가 필요해. 우리 190국 글로벌 론칭인데 물량이 너무 많아.’라고 해요. 넷플릭스 수주를 하고 매출이 폭발적 으로 성장했습니다. 2~3년간 매년 100%였어요. 그러면서 10여국으로 확장했죠. 당시 미디어트랜스 기술 수준도 높아졌죠. 넷플릭스가 최고 벤더한테 주는 어워드를 2년 연 속, 한 해에 두 개씩 타고. 조그만 시장에서 진짜 잘 나가던 시절이었어요.” =갑자기 소프트뱅크 투자를 받고 M&A로 세계 1위가 됐죠. “아시아 다 먹었는데 이제 뭐 하지? 그럼 유럽 가야지. 근데 아시아 10국 오는 데 10 년, 15년이 걸렸는데 어느 세월에 유럽을 뚫어요. 일본을 뚫어보니까, 동남아처럼 한 국을 좋아하는 나라들은 쉬운데 일본처럼 한국과 비등하거나 예민한 데는 지사 셋업하 고 인력 운용하기가 어렵더라고요. 그때쯤 만나는 분들이 상장이나 자본 플레이, 볼트 온(bolt-on)을 가르쳐 주기도 했고요. 우리 멀티플이 열 배 이상을 받을 수 있다면, 다섯 배에 살 수 있는 회사를 붙이면 그 멀티플에 대한 아비트라지(Arbitrage)가 생기 는 거죠. 거기에 빠지면서 투자를 받아야겠다 생각한 거죠.” “첫 투자가 2018년쯤 소프트뱅크벤처스, 지금의 SBVA예요. 1000억 밸류에 250억 정도 , 지분 25%로 들어왔고요. 그때까지 2017년 기준 매출 350억 정도에 에비타 900만달러 정도, 2018년엔 요즘 환율로 700억~800억 매출에 이익 200억 언저리까지 성장시켰습니 다. 이때까지만 해도 지분 100%가 제 소유였어요. 투자 직후, BTI라는 회사와 거의 일 대일로 합병을 했습니다. BTI가 매출은 1500억~2000억으로 저희보다 훨씬 많았는데 빚 이 좀 있어서 밸류로는 일대일이었어요.” “2021년쯤, 글로벌 3개 지역에 모두 오퍼레이션을 가진 회사가 저희랑 SDI밖에 없었 는데, 그 유일한 글로벌 경쟁사였던 SDI를 인수하게 됩니다. 소프트뱅크 비전펀드가 6 000억~7000억 정도의 합병 밸류에 2000억 언저리를 펀드레이징해 줘서, 그 돈으로 인 수한 거죠.” =세계 자막·번역 시장에서 원앤온리가 되네요. 경쟁자 둘을 합병했으니. “네. 그때까지 모토는 ‘원앤온리가 되자’였어요. 그 후에 피크가 왔습니다. 합병 후 통합(PMI)을 경영진들이 잘 이뤄내서 역대 최대 이익을 만들어냈죠. 그 다음은 아 까 말씀드린 대로, 꺾이고, 보안 사고가 나고, 바닥을 치고, 클로이를 만들고. 올라갈 때는 오래 걸리고 내려갈 때는 순식간이었죠. 다시 바닥에서 끌어올리고 있고요.” ※쫌아는기자들의 각주. 사실 아이유노글로벌의 이현무 대표 인터뷰는 마침표가 아니 다. 아직 ‘생존 신고’는 접수되지 않았다. 실제 AI의 더빙과 자막, 그리고 그걸 넘 어선 ‘인간처럼 모든 콘텐츠를 시청한 인공지능’이 실현된다면, 적어도 제작사들이 그 효용성을 인정한다면, 그의 비전은 기업가치 1조, 2조가 아니라, 10조단위를 넘을 지 모른다. 문제는 이 시간에도 테크는 진화하고 있다는 대목이다. 경쟁자는 전세계 이곳저곳에서, 아무도 모르게 성장하고 있을지 모른다. 이현무 대표가 허락한다면 1년 , 또는 2년뒤, 아이유노의 진짜 생존신고를 다시 인터뷰로 실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