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걸배이가? 맛은 있네...” 거리가 식탁 된 구미 라면 축제 가보니 URL: https://www.chosun.com/economy/industry-company/2026/11/08/5UPYP6EYAFFQ5L5NWT2EZ5DROE/ ------------------------------------------------------------------------ “우리가 걸배이(거지를 가리키는 방언)가? 맛은 있네...” 지난 6일 오후 3시쯤 경북 구미역 앞 역전로. 라면 그릇을 무릎에 올리고 보도블록에 쪼그려 앉은 한 어르신의 말에 주변에서 함께 라면을 먹던 사람들이 일제히 웃음을 터 뜨렸다. 자동차 경적 대신 곳곳에서 ‘후루룩’ ‘쩝쩝’ 소리가 들렸다. 이날은 올해로 5회째를 맞은 구미라면축제 개막일. 차량 통행을 막은 거리에는 라면 판매 부스가 늘어섰고, 그 사이를 방문객들이 빼곡히 채웠다. 아구라면, 복튀김라면, 송이능이라면 등 이색·프리미엄 라면도 보였다. 라면 레스토랑 25곳과 라면 트럭 8대 등 총 33개 음식점이 참여했다. 구미시가 축제를 위해 따로 마련한 식사 공간도 금요일 낮부터 몰려든 인파를 모두 수 용하기에는 부족했다. 라면을 받아 든 방문객들이 빈자리를 찾다가 길가에 쪼그려 앉 았다. 평소엔 분주히 차가 다니던 역전로가 3일 동안 커다란 라면 식당으로 변신한 것 이다. ◇‘갓 튀긴 라면’이 뭐길래 이날 가장 눈길을 끈 것은 봉지 라면을 사기 위한 대기 행렬이었다. 농심 구미공장에 서 당일 생산한 ‘갓 튀긴 라면’을 판매하는 구미초등학교 운동장에는 1000여 명이 몰려 500m 넘게 줄을 늘어섰다. 라면을 사려면 1~2시간을 기다려야 했다. 경기도에서 왔다는 대학생 주진아(19)씨는 “작년에도 축제에 왔는데 그때는 20~30분만 기다리면 살 수 있었다”며 “올해는 줄이 더 길지만 작년에 먹어보니 맛있어서 이번에도 사서 구미 본가 가족들과 나눠 먹으려고 한다”고 말했다. 갓 튀긴 라면은 공장에서 당일 생산해 유통업체를 거치지 않고 판매 현장으로 직송한 제품이다. 평소 먹던 라면과 맛이 얼마나 다를지 궁금해하는 소비자들 사이에서 입소 문을 탔다. 농심에 따르면, 구미공장은 국내 신라면 생산량의 약 75%를 담당한다. 구 미시는 이 공장에서 갓 만든 라면을 바로 맛볼 수 있다는 지역적 특색을 살려 2022년 축제를 시작했다. 지난해에는 사흘간 약 35만명이 찾아 갓 튀긴 라면만 약 48만개가 팔렸다. ◇축제장 누빈 ‘라면 거북이’들 지역 농민이 기른 밀도 축제 상품이 됐다. 농심은 밀가루를 100% 구미산으로 사용한 ‘구미라면축제면’을 20만 봉 한정 생산했다. 소고기장국 맛 국물에 표고버섯·당근 ·청경채 등을 넣은 제품이다. 신라면·안성탕면·짜파게티·너구리에 한정판 ‘구미 라면축제면’을 더한 5종 꾸러미 가격은 2만1300원이었다. 구매를 마친 사람들은 라면 이 가득 든 가방을 등에 메고 축제장을 누볐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이런 모습을 두고 ‘라면 거북이’라는 별칭까지 붙었다. 외국인들은 자신만의 라면 요리법을 들고 구미를 찾았다. 한국 라면에 각국의 식재료 와 조리법을 더해 실력을 겨루는 요리 경연 대회 ‘글로벌 라면 챌린지’ 온라인 예선 에는 80국 1263명이 참가했다. 이 가운데 13국에서 한 명씩 선발된 참가자들이 지난 7 일 본선에서 한국 라면에 각국의 식재료와 조리법을 더해 실력을 겨뤘다. 대상은 멕시코에서 32시간 비행을 거쳐 구미를 찾은 헤수스에게 돌아갔다. 출품작은 ‘크리미 라거 치폴레 라면’이었다. 나이지리아 참가자 페이버의 ‘파이어 에구시 신 라면’은 최우수상, 폴란드 참가자 킹가의 ‘포레스트라면’은 우수상을 받았다. 참가 자들이 자신의 요리와 축제 경험을 소셜미디어로 전하면서, 농심에는 신라면이 상대적 으로 덜 알려진 중남미·아프리카 등지의 소비자에게 브랜드를 알릴 기회가 될 것으로 보인다. ◇골목 상권도 들썩 인파는 매출로도 이어졌다. 구미시에 따르면 6~7일 이틀간 축제장 라면 판매량은 약 6 만 그릇, 매출은 약 4억7000만원이었다. 개막일에만 2만2231그릇이 팔려 지난해 첫날 보다 약 47% 늘었다. 구미시에 따르면 지난해 축제 기간 사흘간 축제장 내 판매액은 약 10억원, 인근 상권 매출은 약 28억6000만원으로 집계됐다. 라면을 먹고 사러 모인 사람들이 주변 상권에서도 지갑을 연 것이다. 김장호 구미시장은 “지역 기업과 자영업자, 농민이 함께 참여하는 축제를 지역 발전 으로 연결하는 데 라면 축제의 의미가 있다”며 “독일 옥토버페스트를 능가하는 아시 아의 지역 축제를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