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넓히고 층수 올리고… 재건축보다 빠르게 주거 환경 바꾼다 URL: https://www.donga.com/news/Economy/article/all/20260919/134699881/2 ------------------------------------------------------------------------ 9일 경기 성남시 분당구 느티마을 4단지 리모델링 현장. 도색 작업을 앞둔 아파트 주 동 사이 공터 바닥에 안전 펜스로 둘러싸인 사각형 모양의 구멍이 눈에 들어왔다. 1개 층이었던 지하 주차장을 4개 층으로 확장하기 위해 장비나 자재를 옮기는 입구를 만든 것이다. 리모델링이 끝난 후에는 주차 공간이 1966대로 기존 601대보다 약 3.3배로 증가할 예 정이다. 상가 주차 공간 14대를 빼면 가구당 주차 비율은 기존 0.60대에서 1.66대 수 준으로 늘어난다. 시공을 맡은 이재호 포스코이앤씨 현장소장은 “단지 주민들이 그동안 주차 문제로 매 일 불편을 겪어야 했다”며 “주차 가능 대수가 3배로 늘어나는 만큼 이중주차 등으로 인한 불편을 해소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전용면적 84m² 가구 내부로 들어가 보니 새로 만들어진 다용도실 벽면에 기존 전용 6 6m²이던 시절의 외벽 자리가 세로무늬로 남아 있었다. 과거 방 3개, 욕실 1개 구조에 서 주방과 거실 면적을 넓히고 욕실을 2개로 늘렸다. 이 소장은 “거실 폭은 2.5m 정 도 늘어난다”며 “리모델링을 통해 세탁실, 드레스룸을 넣는 등 요즘 라이프스타일에 맞게 내부를 재구성할 수 있다”고 했다. 이 단지는 1994년 준공돼 2014년 리모델링 조합설립인가를 받아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 1개 동을 신설하고 모든 동 1층을 필로티(벽체 없이 기둥만 있는 구조)로 바꾸고 1 개 층을 높인다. 구조 변경을 통해 평형별 면적을 늘리는 것이 핵심이다. 내년 10월에 준공되면 기존 16개 동, 1006채 규모였던 단지가 17개 동(지하 4층∼지상 26층), 1149 채 규모로 바뀐다. 늘어난 143채는 이달 중 분양된다. ● 골조만 유지한 채 주거 환경 개선 리모델링은 기존 아파트를 완전히 허물지 않고 골조를 유지한 채 진행하는 정비사업이 다. 기존 건물을 수평, 수직으로 증축하기도 하고 새로운 건물을 단지 내에 올리기도 한다. 지하 주차장 확장, 주차장 직결 엘리베이터 설치, 노후 배관 교체 등 기존 아파 트에서 주민들이 가장 불편해하는 점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 천장에 에어컨 등 각종 설비를 매립하고 거실 폭을 넓히는 등 실내 공간 개선도 이뤄진다. 한국리모델링협회에 따르면 공동주택 리모델링 시장 규모는 2021년 54개 단지, 4만여 채에서 올해 8월 기준 152개 단지, 12만1700채로 5년 새 채수 기준 약 3배 증가했다. 리모델링을 추진하는 추진위원회까지 포함할 경우 현재 추진 중인 리모델링 규모는 25 0개 단지로 대폭 늘어난다. 리모델링은 건물 자체를 넓히는 증축형으로 진행하더라도 준공 후 15년만 지나면 추진 할 수 있다. 준공 30년이 지나야 사업을 추진할 수 있는 재건축에 비해 더 빠르게 사 업에 착수할 수 있는 것이다. 전용 85m² 미만이면 집 면적을 40%까지 늘릴 수 있고 용적률 등 건축 기준도 심의를 통해 완화 받을 수 있다. 기부채납, 공공임대주택 등 재건축 사업에 적용되는 법적 의무도 면제받는다. 1기 신도시 중 하나인 평촌신도시에서는 현재 10개 단지가 시공사를 선정하고 리모델 링을 추진하고 있다. 가장 진행이 빠른 곳은 994채 규모인 목련2단지다. 현재 사업 승 인을 받아 2028년 착공을 목표로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에서는 4월 5152채 규모 대단지인 중구 신당동 남산타운이 리모델링 조합을 설립하기도 했다. ● 1990, 2000년대 아파트에서 주목 이처럼 리모델링 사업이 새롭게 주목받는 이유는 19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에 지어 진 아파트의 경우 용적률이 높아 재건축 사업성이 나오지 않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공사비가 계속해서 오르는 상황에서 기간이 오래 걸리고 분담금 부담도 큰 재건축 대 신 리모델링을 빠르게 진행해 주거 환경을 개선하고 아파트 가치를 높이려는 것이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리모델링 조합 설립 후 입주까지 걸리는 기간을 7년으로 보고 있다 . 백준 J&K도시정비 대표는 “1990∼2000년대 지어져 지하 주차장이 부족하거나 용적 률이 200%대를 넘어 재건축이 어려운 곳에서 주거 환경을 개선하는 수단으로 주목받고 있다”고 했다. 리모델링 도입 초기에는 안전 우려로 수평 증축이 주를 이뤘지만, 하중 지지 기술 등 이 개발되면서 수직 증축도 실제 착공 및 준공 사례가 나오고 있다. 지난해 3월에는 국내 수직 증축 1호 단지인 서울 송파구 송파동 ‘잠실더샵루벤(옛 송파성지)’이 준 공돼 주민들이 입주했다. 최고 층수는 18층으로 기존보다 3개 층 높아지고, 채수는 32 7채 규모로 기존보다 29채 늘었다. 1개 동, 154채 규모인 서울 서초구 반포동 엠브이 아파트는 최고 층수를 지상 18층에서 21층으로 3개 층 높일 계획이다. 현재 이주를 진 행하고 있으며 11월 착공을 앞두고 있다. 최근 리모델링 관련 주택법 개정안이 통과·시행된 점도 향후 리모델링 사업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내년 3월부터는 전용 85m² 초과 평형은 2채 이상으로 쪼 개 일반분양할 수 있게 된다. 대형 평형 비중이 높은 곳에서는 사업성을 더욱 높일 수 있게 된 것. 다만 증가 물량은 기존 채수 5% 이내로만 제한된다. 인접한 단지를 묶어 리모델링할 수 있도록 하는 ‘결합 리모델링’ 방식도 도입된다. 건설사도 리모델링 사업에 눈독을 들이고 있다. 삼성물산 건설부문은 ‘넥스트 리모델 링’이라는 브랜드를 내걸고 서울 서초구 반포푸르지오(237채), 마포구 한강삼성(456 채) 등에서 시공권을 따냈다. △외관 디자인 차별화 △입주민 전용 커뮤니티 △광폭거 실 평면설계 등으로 신축 조성 효과를 얻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포스코이앤씨도 리모델링 도입 초기인 2014년부터 전담 조직을 꾸리는 등 적극적으로 사업 확대에 나서 왔다. 기존 골조를 유지하며 공사를 해야 하는 만큼 3차원(3D) 레이 저 스캐닝 기술로 기존 건축물의 위치와 치수, 틀어짐을 추출하고 건설정보모델링(BIM )을 구축해 오차를 최소화하는 방식을 구현하고 있다. 지하 주차장 신설과 구조 보강 을 위해 지하로 땅을 파 내려가며 흙의 무너짐을 막는 톱다운 공법 등도 적용 중이다. 리모델링은 기존 구조를 활용하는 만큼 바닥이 얇아 층간소음에 취약할 수 있다는 문 제를 해결하기 위해 리모델링 단지 전용 저감 기술인 ‘안울림R’을 개발해 국토교통 부 인증을 받기도 했다. ● 외관·커뮤니티 바꾸는 대수선 사업도 주목 최근 리모델링 시장에는 기존 주거 단지는 그대로 둔 채 전반적인 주거 환경을 개선하 는 ‘대수선’ 사업에 대한 수요도 유입되고 있다. 2008년 입주한 5563채 규모 송파구 잠실동 리센츠(잠실2단지 재건축)는 지난달 신축 커뮤니티센터를 개관했다. 방재실로 쓰던 2층 규모 건물을 철거하고 지하 1층∼지상 1층 규모로 피트니스센터, 스크린골프 장, 카페 등을 조성했다. 사업비는 약 45억 원으로 그간 적립한 장기수선충당금을 활 용했다. 지난달에는 리센츠 맞은편 단지인 ‘엘스’ 입주자대표회의도 커뮤니티센터 증축 공사 진행 안건을 가결시켰다. 현대건설은 최근 이 같은 수요에 주목해 ‘더 뉴 하우스’라는 이름을 앞세워 대수선 사업에 나서고 있다. 건물 외벽과 입구, 조경 등 외관을 개선하고 전기차 화재 방지 설비 등을 도입하는 것이 핵심이다. 이주 없이 1년 이내 공사를 끝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사업비는 장기수선충당금 우선 활용 후 부족분만 가구별로 분담하거나 프로젝트 파이낸싱(PF)으로 조달할 계획이다. △강남구 삼성동 힐스테이트2단지(926채) △서초 구 서초동 서초롯데캐슬클래식(990채) △성북구 장위동 꿈의숲대명루첸(611채) 등에서 주민설명회를 열고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다만 리모델링 사업이 재건축처럼 단지 배치나 평형 구성을 대대적으로 바꾸기 어려운 것은 한계점으로 꼽힌다. 기존 골조를 유지해야 해 발코니와 맞닿는 공간(베이)을 늘 리기 어렵고 개방감에 중요한 천장 높이를 크게 높이지도 못한다. 일반분양 물량은 기 존 채수의 15% 이내로 제한돼 사업성도 한계가 있다. 김지엽 성균관대 건축학과 교수는 “별동 증축을 하면 놀이터와 같은 공용 부문에 햇 볕이 들어오지 않게 되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고 했다. 김준형 명지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최근 리모델링 공사비는 재건축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아지고 있 다”며 “사업성을 높이기 위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