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지도는 제 나름의 태극기”…20년간 독도 등 관련 200점 모은 정각 스님 URL: https://www.donga.com/news/Culture/article/all/20260915/134670252/1 ------------------------------------------------------------------------ “나라 사랑의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저는 고지도를 모으고 연구하는 방식으로 동 참하는 거죠.” 10일 동아일보와의 통화에서 경기 고양시 원각사 주지 정각 스님은 이렇게 말했다. 그 는 20여 년간 한반도와 동해, 독도 관련 국내외 고지도 200여 점을 모아왔다. 최근 이 를 책 ‘지도의 역사와 한반도’로 엮었다. 스님에게 고지도 수집은 나라 사랑의 방식이다. 3·1운동 때 사람들이 태극기를 들었 던 것에 빗대 “저는 이 지도를 제 나름의 ‘태극기’로 들었다고 생각해도 되겠다” 고 했다. K팝 가수나 운동선수가 자신의 분야에서 한국을 알리듯, 자신은 고지도를 모 으고 연구하는 방식으로 보탬이 되고 싶다는 뜻이다. 평소 불교 관련 유물과 고서를 수집하던 스님이 고지도에 눈을 돌린 계기는 약 20년 전 우연히 접한 프랑스 지도학자 장 바티스트 부르기뇽 당빌의 1732년 지도였다. 이 지도는 서양 지도 중 독도가 표기된 최초의 인쇄본 지도로, 독도가 한국 영토임을 나 타낸다. 마침 당시 중국의 동북공정과 일본의 독도 영유권 주장이 이어지면서 “국토 는 민족 정체성의 근간”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이후 미국과 유럽의 주요 고지 도 판매상 사이트를 뒤지며 한국 관련 지도를 하나씩 사 모았다. 그가 특히 주목하는 자료 중 하나는 1593년 네덜란드 지도 제작자 제라르 드 조드의 ‘아시아 지도’다. 정각 스님은 지도에 적힌 ‘Costa de Coora’를 한국을 가리키는 명칭으로 해석한다. 이를 한국 국명이 표기된 최초의 서양 인쇄본 지도로 보며, ‘Cor ea’가 적힌 1594년 페트루스 플란시우스 지도보다 1년 앞선 사례라고 설명했다. 독도 관련 자료로는 당빌의 1732년 지도와 더불어 일본 실학자 하야시 시헤이의 1785 년 ‘삼국통람여지노정전도’를 중요하게 꼽았다. 하야시의 지도에는 한반도와 같은 색으로 표시된 죽도(竹島)와 송도(松島)가 그려져 있고 그 옆에 ‘조선의 소유’라는 글이 적혀 있다. 스님은 이를 각각 독도와 울릉도로 보고 일본이 독도를 한국의 영토 로 인식한 증거라고 했다. 수집 과정에는 우여곡절도 있었다. 2010년 무렵에는 ‘Mer de Corée’가 적힌 자크 니콜라 벨랭의 지도가 실린 책 한 권을 일본의 고서점에 주문했다. 하지만 주문자의 주소가 한국인 것을 확인한 고서점은 “한국에는 팔지 않겠다”고 답했다고 한다. 한 일 간 독도·동해 문제가 정치적으로 민감하던 때였다. 결국 일본에 있던 유학생에게 “한국 사람이라고 하지 말고 일본 사람처럼 유창한 일본어로 사 달라”고 부탁했다. 그렇게 책을 손에 넣었다. 정각 스님은 소장품을 연구자와 시민에게 공개하기 위해 전시를 열고, 도록도 만들어 인터넷에 공개했다. “자료가 숨어 있으면 아무 역할도 못하잖아요. 많은 사람이 지도를 보며 우리나라가 어떻게 인식돼 왔는지, 독도와 동해가 어떻게 표기돼 왔는지 알게 된다면 그 자체로 의미가 있다고 봅니다.”